엉뚱한 괴물, 엑토르 이야기. 어느 왕국의 왕은 근심거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무시무시한 괴물 엑토르. 왕은 괴물을 잡아오는 사람을 사위로 삼겠다고 선포합니다. 이때 볼품없는 로제가 괴물을 잡아온다고 나섭니다. 사람들의 비웃음을 뒤로한 채, 로제는 괴물 엑토르에게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로제의 신기한 이야기에는 큰 괴물, 뚱뚱한 괴물, 꾀 많은 괴물, 바보 괴물 등 다양한 괴물들이 등장한다. 물리치는 방법도 갖가지이다. 로제가 괴물을 물리치는 것은 힘이 아니라 감칠맛 나는 이야기 솜씨이다. 중세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괴물과 기사, 그리고 공주가 등장하지만 이야기는 화려한 영웅담이 아니라 독특한 분위기로 끝을 맺는다.

무시무시한 괴물 엑토르가 있는 한, 왕국의 평화는 기대할 수 없었다. 급기야 왕은 괴물 엑토르를 잡아오는 이를 사위로 삼을 것임을 선포한다.
이 때 로제가 나타난다. “이 볼품 없는 자가 괴물을 잡아온다고?” 사람들은 신나게 비웃는다. “어디 한 번 두고 보시라니까요!” 여전히 자신만만한 로제. 희한하게도 괴물 엑토르 앞에 당당히 나선 로제는 칼을 휘두르는 대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내기 시작한다.
“괴물이라면 난 수천 수만 가지를 봤어. 큰 괴물, 뚱뚱한 괴물, 꾀 많은 괴물, 바보 괴물. 난 그 괴물들을 전부 다 끝장내 줬어. 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전부 다 같은 방식으로 끝장내 준 게 아냐. 괴물마다 나름대로 이야기가 있거든.“
이렇게 나오자, 무시무시한 괴물 엑토르도 한껏 궁금증이 일기 시작한다. 로제의 영웅담은 술술 풀려나간다. 멍청한 괴물은 꼬치구이를 만들고, 겁쟁이 괴물은 고함을 쳐서 쫓아버리고, 먹보 괴물에게는 큰 돌멩이를 먹이고, 못생긴 괴물한테는 거울을 들이대는가 하면, 간지럼을 태워 물리치는 등 로제의 영웅담은 끝이 없다.
괴물 엑토르는 그야 말로 침을 흘리며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 그러고는 졸라대기 시작한다. “또 해 줘, 로제. 하나만 더 해 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저녁마다 이야기 한 편씩 들려주면 더 이상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한다.
로제가 이야기로서 괴물 엑토르를 사로잡자, 왕국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로제는 공주와 결혼하고 엑토르는 로제 곁에 머물면서 저녁마다 그의 이야기에 푹 빠져든다.

왕국의 근심거리인 괴물 엑토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기사 로제가 자신의 동족(?)인 괴물들을 차례로 물리친 이야기에 배꼽을 잡고 웃어댄다. 전혀 괴물답지 않은 괴물이지만,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점에서는 어린이들과 다를 바 없다.
위협적인 존재인 괴물을 순식간에 순한 양으로 길들여 버리는 이야기의 힘!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 어린이들이 갈구하는 바가 아닐까? 아쉽게도 요즘 어린이들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어린이들이 놓여있는 환경이 그렇기도 하고, 또 그만한 이야기꾼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방정환 선생의 일화가 생각난다. 지병으로 코피를 줄줄 흘리면서까지 몇 시간씩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은 방정환 선생과, 그 이야기의 한 꼬투리조차도 놓치지 않으려고 오줌을 줄줄 싸면서 오직 듣는 일에 열중한 청중들. 어쩐지 그 때가 그리워진다. 그 때의 청중들이 부러워진다.
이 그림책은 그림동화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넘어서,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사라진 시대에 다시 이야기를 되찾아갈 수 있는 소중한 단초 역할을 이 그림책이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