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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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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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05년 0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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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1968년 『신아일보』신춘문예로 등단한 저자 서정춘의 세번째 시집. 
    목차
    시인의 말 | 5
    귀 | 9
    묘비명 | 10
    아름다운 독선(獨善) | 11
    종소리 | 12
    수평선 보며 | 13
    깃발 | 14
    꽃신 | 15
    물 좋은 날 | 16
    들림 | 17
    낮달을 헹구다 | 18
    달팽이 약전(略傳) | 19
    거미 | 20
    박용래 | 21
    기러기 뜬 달밤 | 22
    차(茶) 달이는 달마 | 23
    할매 | 24
    쪽박 | 25
    달팽이와 놀아나다 | 26
    흘림 | 27
    복면(覆面) | 28
    산창(山窓) | 29
    연금술 | 30
    기러기 | 31
    낮달을 찍다 | 33
    11월 | 34
    빅 브라더 | 35
    12층, 유리호텔 | 36
    와온의 詩 | 37
    낮달을 올리다 | 38
    봄밤 | 39
    가족 | 40
    해바라기 | 41
    관음(觀音) | 42
    혼자서 부른 노래 | 43
    시와 퇴고 | 44
    출판사 서평
    등단 28년 만에 첫 시집 『竹篇』으로 한국 문단을 깜짝 놀라게 한 서정춘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두 번째 시집 『봄, 파르티잔』 이후 4년 만이다. 총 35편의 짧은 시 속에는 시인 특유의 미학이 엿보이며 짧은 시가 최대한 내뿜을 수 있는 강렬한 이미지들이 집합되어 있다. 시인은 한 편 한 편을 수십 번씩 퇴고할 정도로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또다시 서정춘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귀』는 한국 문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보이지 않는 그러나 존재하는 ‘낮달’

    이번 시집에서 서정춘 시인은 밝은 태양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존재하는 ‘낮달’을 노래한다. 특별한 관심을 두고 않고는 볼 수 없는 ‘낮달’이 시인의 현미경 같은 눈에 반짝 띈 것이다. 시인은 신의 음성을 듣기 위해 하늘에 낮달을 두었다고 말한다. 낮달은 신의 음성을 듣기 위한 ‘귀’이자 지상의 소리를 신에게 전달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인은 낮달의 이미지들을 시에서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하늘은 가끔씩 신의 음성에겐 듯 하얗게 귀를 기울이는 낮달을 두시었다
    -「귀」

    올라라 / 홀어미 / 설거지에 / 씻긴 / 달 / 시렁 위에 / 올라라 / 白磁 접시의 / 달 / 홀어미의 / 달 / 올라라
    -「낮달을 헹구다」

    산창에 물색 좋은 낮달이 떠서 / 옛집 봉창만큼 흰 그늘 서늘하다 / 거기 세 들어 살 것 같은 / 노자가 생각나서 / 누구 있소 불러본다 / 귀머거리 다 됐는지 / 반쪽의 여백만 기울둥했다
    -「산창(山窓)」

    어쩔 수 없네 / 바쁜 길 걷다가 고샅길로 드네 / 다급한 소피 시언코롬 보네 / 어디서 하르른지 파르른지 인기척 있네 / 찔금하고 이마 들고 우러를 보네 / 모자 쓴 낮달이 아까 본 얼굴이네 / 아까 보고 또 보네
    -「빅 브라더」

    통 큰 소리 / 사람이 하늘이다 / 외쳐 부른 소리에 / 파르르 떠오르는 / 저기 거기 소금빛 / 조선낫 한 자루
    -「낮달을 올리다」

    낮달은 신의 음성을 듣기 위한 ‘귀’가 되기도 하고, “사람이 하늘이다”라고 울부짖는 사람의 손에 들린 ‘조선낫’이 되기도 한다. 또한 노자(老子)가 낮달에 세 들어 살기도 한다.

    내 안의 뼈란 뼈 죄다 녹여서 몸 밖으로 빚어낸 둥글고 아름다운 유골 한 채를 들쳐 업고 명부전이 올려다 보인 젖은 뜨락을 슬몃슬몃 핥아가는 온몸이 혓바닥뿐인 生이 있었다.
    -「달팽이 약전(略傳)」

    서정춘 시인의 시집 『귀』에 수록된 35편의 시들은 모두 짧다. 그러나 그 울림은 강렬하며 길다. 오랜 시간 시어 하나하나를 갈무리하려고 애쓴 시인의 고뇌와 치열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의 하이쿠를 연상케도 하지만, 한국의 시인들 중에서 짧은 시 속에 복잡 미묘한 세계를 담아낼 수 있는 시인은 많지 않다.
    시인의 몸 속에 있는 언어를 “죄다 녹여서” 순금 같은 언어로 빚어내는, 그러면서 “온몸이 혓바닥뿐인” 달팽이처럼 곰삭은 언어들을 풀어낸다.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또 극도의 절제된 언어로 세계의 정수를 드러내고 있는 서정춘 시인. 그가 한국 문단에서 흘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ISBN
    9788982121890(8982121897)
    쪽수
    44쪽
    크기
    223 * 152 mm

    상품 정보 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