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견딜 수 없네 요약정보 및 구매

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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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03년 10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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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견딜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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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정현종 시인의 새 시집. 제1회 미당문학상 수상작 '견딜 수 없네'를 비롯해 <갈증이며 샘물인>(1999년) 이후 최근 4년 동안 써 왔던 59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변하는 것, 소멸되는 것에 안타까워하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너그럽고 편안하게 사물과의 긴장을 풀고 화합의 공간에 접어들었다. 권두시 '나의 명함'을 통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우주와 합일되어 있는 시인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소개
    1939년 12월 17일 서울시 용산구에서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3세 때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으로 이사 가서 청소년기를 이곳에서 보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문학과 음악?발레?철학 등에 심취하였다. 1959년 연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였으며, 재학 시절 대학신문인 《연세춘추》에 발표한 시가 연세대 국문과 박두진 교수의 눈에 띄어 1984년 5월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았다. 1965년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해 3월과 8월에 각각 〈독무〉와 〈여름과 겨울의 노래〉로 《현대문학》에서 3회 추천을 완료하고 문단에 등단하였다. 1966년에는 황동규?박이도?김화영?김주연?김현 등과 함께 동인지 《사계》를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1970~1973년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로 일하였고, 1975~1977년에는 중앙일보 월간부에서 일하였다. 1977년 신문사를 퇴직한 뒤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가 되었으며, 1982년부터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가 되었다. 1972년 첫 시집 《사물의 꿈》을 출간한 이후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였다. 초기의 시는 관념적인 특징을 지니면서 사물의 존재 의의를 그려내는 데 치중한 반면, 1980년대 이후로는 구체적인 생명 현상에 대한 공감을 주로 표현하고 있다. 1990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외 6편의 시로 제3회 연암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2년 〈한 꽃송이〉로 제4회 이산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또 1995년 〈내 어깨 위의 호랑이〉로 제40회 현대문학상, 1996년 〈세상의 나무들〉로 제4회 대산문학상, 2001년 〈견딜 수 없네〉로 제1회 미당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하였다. 그 밖의 주요 시집에 《나는 별아저씨》(1978),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1984),《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1989), 《한 꽃송이》(1992) 《세상의 나무들》(1995) 《갈증이며 샘물인》(1999)을 비롯하여 시론와 산문을 모은 《숨과 꿈》(1982) 《날아라 버스야》(2002) 등이 있으며, 네루다 시집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을 비롯하여 예이츠 로르카의 시선집을 번역하기도 했다.
    목차
    나의 명함
    사람은 언제 아름다운가
    나방이 풍경을 완성한다
    네 눈의 깊이는
    흐트러지다
    비스듬히
    살인자
    말하지 않은 슬픔이……
    새로운 시간의 시작
    동물의 움직임을 기리는 노래
    감격
    '나는 슬픔이에요'
    노래의 자연
    아귀들
    끝날 때는
    꽃들의 부력으로
    어리석겠으나
    서울살이
    빛 - 꽃망울
    견딜 수 없네
    시간의 게으름
    절망의 그림자
    이쁜 여자가 스쳐 지나가면
    내 마음의 폐허
    밑도 끝도 없이 시간은
    행복
    문장이라는 실이여
    싹트는 빛에 싸여
    난경
    집을 찾아서
    권력
    경청
    풀잎은
    낙엽
    마음의 무한은
    이런 투명 속에서는
    이런 투명 속에서는: 변주
    이런 투명 속에서는: 두 번째 변주
    좋아하는 것도 한이 없고
    때와 반복의 거창한 그림자들
    마음이 한가해서
    흰 종이의 숨결
    예술의 힘 1
    예술의 힘 2
    예술의 힘 3
    나쁜 운명
    굉장한 일
    수심가
    모든 건 꽃핀다
    향기의 외로움
    간단한 부탁
    충족되지 않은 상태의 즐거움
    형광등으로 태양을 비추다
    어떤 문답
    어조
    아침
    기운
    여기가 거기 아닌가!
    시간에 대하여
    출판사 서평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정현종 시인의 새 시집 《견딜 수 없네》가 시와시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에는 제1회 미당문학상 수상작을 비롯해 《갈증이며 샘물인》(1999년, 문학과 지성) 이후 최근 4년 동안 써 왔던 59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우주와 하나가 된 대가의 맑고 투명 시!
    이순(耳順)을 넘어선 정현종 시인의 이번 시집은 시인이 끊임없이 추구해왔던 사물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색이 명쾌한 결론에 이르렀음을 보여 준다. 변하는 것, 소멸되는 것에 안타까워하던 시인은 이제 너그럽고 편안하게 사물과의 긴장을 풀고 화합의 공간에 접어들었다. 한때 시인은 시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자신을 비극적으로 보았으며 그 비극이 바로 시의 원천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제 시인은 인간과 사물, 자아와 대상이라는 自와 他의 경계가 사라진 세계에서 세상과 하나 되는 경지에 이른 듯하다. 권두시 〈나의 명함〉에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우주와 합일되어 있는 시인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

    (……)
    얼굴들 지워지고
    모습들 저녁 하늘에 수묵 번지고
    이것들 저것 속에 솔기 없이 녹아
    사람 미치게 하는
    저 어스름 때야말로 항상
    나의 명함이리!
    -〈나의 명함> 중에서

    “솔기 없”어진 “어스름”한 때는 바로 서로 섞이고 물들어 경계가 무너진 때이며 그것이 바로 자신이라고 시인은 고백한다. 나를 내세우고, 인간의 우월함을 드러내고, 인간의 관점에서 우주의 가치에 다가가는 우리에게 이 대가의 깨달음은 인생의 깊이와 치열한 사유가 낳은 득도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시 〈동물의 움직임을 기리는 노래〉에는 자연 혹은 생명과 하나되는 시인의 모습이 호탕하게 보여진다. 이 시에서 시인은 산에 올라 낮고 힘있게 기압을 넣고 이 소리가 삭막한 12월의 산을 꽃피우게 한다는 거침없는 시의 전개를 보여준다. 시인과 자연과의 교감은 이제 탐구의 세계를 넘어 편안하게 우주의 변화를 볼 수 있고 교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증거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빛-꽃망울〉은 시인과 자연이 하나되어 탄생하는 생명의 에너지가 넘치는 시이다. 탄력의 시인으로 잘 알려진 정현종 시인의 어법과 철학적 귀결이 돋보인다.

    당신을 통과하여
    나는 참되다, 내 사랑.
    당신을 통과하면
    모든 게 살아나고
    춤추고
    환하고
    웃는다.
    터질 듯한 빛―
    당신, 더없는 광원(光源)이
    빛을 증식한다!
    (다시 말하여)
    모든 공간은 꽃핀다!

    당신을 통해서
    모든 게 새로 태어난다, 내 사랑.
    새롭지 않은 게 있느냐
    여명의 자궁이여.
    그 빛 속에서는
    꿈도 심장도 모두 꽃망울
    팽창하는 우주이니
    당신을 통과하여
    나는 참되다, 내 사랑.
    -〈빛―꽃망울〉 전문

    세상과의 대립을 넘어 선 시인은 맑고 투명하며 기쁘고 행복한 세상을 새롭게 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투명 속에서는〉 연작시에서는 맑은 날 그 투명한 힘으로 몸과 병과 죽음이 사라지는 성스러운 순간을 노래한다. “삶으로는 물론이고/죽음으로도 부족”한 투명 속에서 입을 다문 채 “투명에 합류하여/보이지 않겠다.”고 진술한다. 단순해졌다는 것은 명쾌해졌다는 것. 어쩌면 시인은 이제 혼탁한 모든 것을 스스로 걷어내면서 세상의 투명함에 다가갔으며 더 이상의 세속적인 욕망은 털었음을 보여준다. 생(生)과 사(死)의 경계마저 무너뜨린 시인의 해탈이 나이 듦의 허무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생명과 시간이라는 본원적인 통찰에서 나온 것이기에 더욱 전율하게 만든다. 외형적으로 쉽고 편안해진 그의 시가 아직도 우리를 긴장시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견딜 수 없는 것들을 환치하는 희망의 시!
    이 즈음에서 우리는 득도한 시인에게 견딜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그것은 바로 본성을 일탈한 유형, 무형의 모든 사물들이다. 시인은 본성을 잃은 것들에 대해 거침없는 직설로 원래의 자리를 찾아준다. “자기를 벗어날 때처럼/사람이 아름다운 때는 없다” (p13〈사람은 언제 아름다운가〉)면서 본성을 잃고 있는 인간을 향한 경고와 그 치유 방법을 제시한다. 세상이 “불행”한 것은 “경청할 줄 몰라서”이며 “모든 귀가 막혀 있”는 오늘날이야말로 “경청이 필요한 때”라고 세상을 향해 충고한다. (p74〈경청〉) 권력은 저절로 될 때 아름다우며 빛난다(p72〈권력〉)며 권력의 미덕을 환기시키는가 하면 자연을 파괴하는 온갖 아귀들에 대해 개탄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평론가 김주연은 “시인에게 있어 견딜 수 없는 것은 ‘사람의 일들’이며 ‘변화와 아픔’과 같은 소박한 것 뿐”이라고 평한 바 있다. 시인 자신은 이번 시집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간’의 상실을 견딜 수 없어 하기도 했다. 시간 없는 세상, 시간의 슬픔만 가득한 세상이 실로 괴로운 것이다.
    하지만 시인에게 있어 이런 질곡들은 그리 큰 문제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욕망과 권력, 도덕이나 전쟁과 같이 본성으로부터 일탈되는 것은 우주의 대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새로 태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
    너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내가 꽃피었다면?
    나의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네가 꽃피었다면?
    아, 자연의 길은 그렇다.
    (……)
    -〈모든 건 꽃핀다〉중에서

    그리하여 그의 시는 희망의 강한 빛을 던져 준다.
    실제로 이번 시집에서 자주 발견되는 “아 행복하다”(p62 〈행복〉) “기쁨이 물밀듯/밀려온다”(p80 〈마음의 무한은〉) 심지어 “충족되지 않은 상태의 즐거움” (p115 〈충족되지 않은 상태의 즐거움〉) 등등 시인은 곳곳에서 행복에 젖어있다. 상황으로 보면 몸이 아프거나 결핍의 상태에 있으면서도 영원하지 않는 순간에 행복의 깊이를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우주적 순리에 대한 믿음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본다.
    그 희망은 때때로 “자발적인 가난”(p70 〈가난을 찾아서〉)이나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무한”(p80〈마음의 무한은〉)에서 오기도 하며 “동네 상가 꽃집 진열장을 /들어다보고 있는/ 풍경”(p112 〈간단한 부탁〉)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결국 작고 볼 것 없는 것에 희망이 깃들여 있으며 본성의 회복을 통해 아름다움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진리를 노래하는 것이다.

    시인의 시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이 같은 ‘희망’의 메시지는 이 어려운 세태에 더욱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일가족이 어려운 살림살이를 헤쳐 나가지 못하고 죽음으로 치닫는 시대, 나라의 허리가 되어야 할 중년층이 줄지어 이 땅을 떠나는 세태. 권력이 허울만으로 난무하는 시대, 세상이 허무와 낙담으로 뒤덮여진, 견디기 어려운 이 때. 정현종 시인의 시는 인간성을 찾아가는 길이자 대승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힘을 줄 것이라 기대해 본다.
    ISBN
    9788982121760(8982121765)
    쪽수
    132쪽
    크기
    B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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